저불은 언제 꺼질까? 9월 16일
저불은 언제 꺼질까?
밤새 하늘을 찌를듯 올라가던 연기들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진짜 불을 끄는 것은 이제부터 입니다. 온 건물은 싸그리 무너져 버렸고 이 양철지붕들 안에는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아침에 투입된 소방관이 착용했던 마스크 입니다. 찍힌 면은 바깐이 아니라 호흡하는 안쪽면을 찍은 것 입니다. 그러나 구경꾼들은 그냥 아주 편안한 자세로 서서 구경을 합니다. 가능하면 코나 입에 뭐라도 좀 대고 있으면 좋지요. 더한 경우는 온 집안 식구들이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오는 겁니다. 기겁할 노릇 입니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아직도 이글거리는 화염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살~짝 비가 오자 불길이 더 잘 타오르더군요. 중간 중간 펑 펑 펑 하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무언가 알 수는 없지만 폭발하는 걸로 봐서 공장 내부는 아직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을 끄다가 지친 소방관들은 저런 상태로 휴식해야 합니다.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휴식,,,한쪽에서는 한발 한발 전진...마치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군인들 같습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놀려도 이글거리는 저 열기로 스며들 수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마치 곡예를 하는 곡예사들처럼 여럿이 한 모션을 취하며 잘도 나아 갑니다.
다음은 폐허가 되어 무너진 공장의 연속사진 입니다.
이 건물은 지난 2003년 12월에 이미 불이나 전소된 경력이 있습니다. 그후 몇개의 공장들과 창고로 이루진 건물을 지었으나 역시 이번 화재에서도 자체피해액 100억원, 소방추정피해액 40억의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건질것 하나 없는 페허가 되었습니다.
화재는 여러가지 피해를 동반 합니다. 당장에 이곳에서 일하시던 분들의 생계가 막연해 집니다. 바로 추석이 코앞 입니다. 또 타버리는 동안 발생한 유독가스, 연기 들은 비록 안보이는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손 치더라도 결국은 우리에게 다시 피해를 끼칩니다.
이 두껍게 싸인 재들이 소방용수들과 함께 하류로 내려갈 불의 찌꺼기들 입니다. 이것들이 하수구를 통해 강으로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물고기에 축적되고 또 사람이 먹고,,그러니 불로 인한 환경적 피해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축적되고 퇴적되어 갑니다.
그리고 밤새 동원되었던 90여대의 소방차, 그냥 세워둔 것이 아니라 계속 펌프를 돌리느라 시동을 걸어놓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유류비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장난신고로 헛출동 한번에 얼마라는 금액이 나오는데...동원된 소방관들과 자원봉사자들, 이런 대형화재로 잃는 것은 참 많습니다.
또 이런 류의 화재는 일일이 포크레인으로 지붕을 걷어내고 일일이 물을 뿌려 줘야 합니다. 다음날인 16일날 제법 비가 왔지만 무너진 지붕으로 덮힌 아래의 안쪽에서는 기세좋게 불길이 활활 연기도 없이 잘 타오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야 불이난 15일 밤 12시경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으나 지루한 불과의 소탕전은 사실 지금부터 입니다. 물을 뿌리면 아래로는 물이 흐릅니다. 그러나 위로는 타고 있지요. 하여튼 이런 종류의 화재는 정말 위험하고 또 힘든 일 입니다.
지역의 어느 언론사의 기사를 보니 이 화재현장에서 마치 경찰서장님이 모든 일을 다 하신것처럼 써 놓은것을 읽어 봤습니다. 그 기사대로라면 서장님께서 월권행위를 하신 것이 아닌가 느껴 집니다.
화재진압은 119소방안전센터장, 관할서의 당직관, 소방서장님, 소방본부장님 이런 순으로 통제관의 역할을 합니다.
경찰은 보조적으로 현장의 치안이나 교통상황을 통제하지요. 그것을 마치 경찰서장님이 불을 혼자서 다 끈 것처럼 오해하기 쉽도록 기사를 쓴다면 소방업무에 대한 오해이거나 무지 입니다. 실제로 이번 화제는 대구소방본부의 본부장님이 철저히 장악하여 2차피해 없이 무난히 진화한 것 입니다.
아직도 잔불을 죽이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다닐 소방관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예방도 중요하고 진압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전한 소방활동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