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를 수 없는 이름,내 동생 오가리에게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겨울도 지나고 봄이오는 길목 3월에 이런 글을 쓰는니거리를 용서해주라.
어린시절 너와 내가 꿈꿨던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허망한 길을 떠나다니,이글을 쓰면서도 제발 꿈이었기를 ,
악몽이었기를 이세상 모든 신들게 빌고 또 빌고 싶다.
너와 나 , 오가리(오거리)와 니거리(네거리) 시절이 생각나 눈물로 이글을 쓴다.
오가리는 다섯째 , 니거리는 넷째라서 서로에게 이름대신 오가리, 니거리라고 놀리며 우린 어린시절을 친구처럼 지냈었지.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파편들…..너하고 소 풀 뜯기러 다녔던 기억,
깔(꼴)베러 다니면서 보리서리 해먹던 날들…..
그 시절이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너, 생각나냐!
니가 초등학교 3학년이고 내가 5학년때 이었던 것 같다.
큰성(큰형님)친구들이 제사 지내고 남은 막걸리 두 주전자 가져다 놓고 , 하얀 사발에 따라주며 누가 빨리먹는지 시합시킨거. 우린 지지 않으려고 한 주전자씩 죽자살자 다 마시고 하루종일토했던 일…..
외갓집 기옥이 성이랑 성적골 올라갔다 내려오다 돌이굴러 머리통 깨져 가지고 아버지한테 디지게 혼났던 일들…
가을에 소 뜯기러 다니면서 풀밭에서 팔베게 하고누워 니가 물었지! 니거리 너는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싶냐고!
나는 화가라고 말했고 너는 돈많이 벌어 사장이 되고 싶다고…..내가 고2때 너 중3때 였을거다.
작은성 사업한다고 서울가서 돈 다까먹고 , 아버지 조대 병원에 위암으로 입원했을 때, 아버지가 너에게 꼴마리에서 4천원을 꺼내주시면서
철홍아! 니기 큰성 그만 복잡주고 고등학교는 가지말라고 하시던 일들…
아버지 퇴원 하고나서 엄마랑 큰성이랑 마당에서 일하고 너하고 둘이 방에서 아버지 잘 보라고 했는데, 야구중계 듣다가 아버지 운명하신것도 몰랐던 일들….
고등학교때, 지산동에서 자취하면서 쌀이없어 도시락도 못싸가지고 다니고, 굶고 지냈던 어려운 시절, 차비가 없어 지산동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녔던 일들…..
그시절 부터 우리 인생은 고생길이 훤했던 것 같다.
우린 대학 문턱도 포기했고 꿈도 희망도 접었던 것 같다.
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를 또 한번 울게한다.그많은 현실의 벽앞에서 수없이 좌절했던 너의 낙서들, 그렇게 다정했던 오가리와 니거리는 어디가고 현실의 굴레에서 힘겨워했던 니 마음 을 헤아리지 못한
니거리는 너의 영전에서 못난 모습으로 눈물만 흘린다.왜, 우린 이런 모습으로 만나야 하는지
서부소방서, 연희파출소 ,홍은파출소에서 같이 근무했던 너의 동료들을 영전에서 맞으며 너의 모습이 떠올라 죄스럽고 미안함에 눈물만 흐른다.지난, 주말 내생일날 깜박했다고 미안해 하면서,
비번날 저녁이나 먹자고 했던 약속도 못지키고 떠나버린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철홍아!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이 형은 너의 영전에서 줄수 있는게 눈물밖에 없구나.
살아생전 꽃 한송이 못 받아보고 죽어서야 하얀 국화더미에 파묻힌 너의 모습에 우리네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퍼야 하는지 세상이 미워진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좋은일 하고 갔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니가 이세상에서 제일 나쁜놈이라고 해도 제발 살아만 있어주면 좋겠다고... ...
앞으로 너 보고싶어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철홍아!
네 몫까지 열심히 살께!
엄마 한테도 정말 잘할께!
형들하고 누나 옥경이 한테도 정말 잘할께!
영결식날, 강북 삼성병원에서 시청 영결식장으로 가는데, 엄마가 전화를 했더라.
철홍이 한테 전화했는데 전화 안무슨일 있냐고!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인데, 알려줘야 도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차마, 너 죽었다고 얘기는 못하고 철홍이 우수 공무원으로 뽑혀 미국으로 연수받으러 갔다고 거짓말했단다.
너도 이해하지?너 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극정성으로 엄마 많이 생각했으니까, 이 형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하지만,너이렇게 가 버리면 우리식구는 어떻게 살아야 되냐?
너 보고싶을 땐 어떻게 하라고!
늙고 병들어 너 죽은지도 모른는 엄마를 남겨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
이 나쁜 새끼야!
너, 이렇게 죽어버리면 그동안 고생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억울하지도 않냐?
다른 놈들은 사기치고 못된짓 하면서 부도덕하게 살아도 떵떵거리고 목에다힘주고 천년 만년 잘도 살더라 .
이 못난 새끼야!
이렇게 살다가려고 엄마 뱃속에서 고생시켰냐?
너를 그고생 하면서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불효자식아!
3월4일 새벽5시 30분쯤 니가 많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직감을 했다.
제발 아니기를 빌면서 가봤지만, 신도 우리편이 아니더라.다쳤으면 전화하지 찾아오진 않았겠지.
그날따라 너를 데려가려는지 눈이 소복히 내리더라.`넌, 추위에 떨면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는데,
우린 따뜻한 이불속에서 단잠에 빠져 있었으니,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철홍아!
정말 미안하다.
형이 잘못했다.
부디, 이승에서의 악연일랑 떨쳐 버리고 영면하길 바란다.
이땅에서 못다이룬 꿈 이다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이루자꾸나.
너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았음을 많은 사람들이 영원토록 기억하고, 이땅의 표상으로 남아 있을것이다.
내 자랑스러운 동생아!
고이 잠들어라!
형이 머리숙여 사죄한다.
평생 죽을 때 까지 결코 너를 잊지 않을께!
니 조카들이 태어나거든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삼촌으로 영원히 기억되도록 할께!
잘 가라 내동생아!
다시 만날때까지 고이 잠드소서!......
2001년 너무도 슬픈 3월에
故 김철홍 소방장의 명복을 빌며!
이 세상에서 제일 무능한 형이....
“다시는 이 땅에 순직하는 소방관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순직하신
故 박 동규 소방위
故 박 상옥 소방장
故 김 기석 소방장
故 장 석찬 소방교
故 박 준우 소방교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제 동생 故 김철홍 소방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돌보아주신
서부소방서와 연희파출소 동료분들,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홍은파출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디 부디 퇴임하시는 그날까지 건강과 안전에 충실하시길 빕니다.
2001년 3월 17일 故 김철홍 소방장 넷째형 김재홍 拜
'추 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 김현철 소방관 (0) | 2007.07.09 |
---|---|
순직소방관추모시. 강신갑소방관 (0) | 2007.07.09 |
나의 동생아..박정예님 (0) | 2007.07.09 |
고 함승우 소방관 (0) | 2007.06.30 |
대전현충원서 순직소방관 추모제 (0) | 2007.03.07 |